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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의 삶은 기계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부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상 곳곳의 영역에 기계와 로봇이 침투해있고, 우리 생활의 거의 대부분이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스마트 폰의 대중적 사용은 급변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연스럽게 동참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구본권은 '로봇시대, 인간의 일'이라는 책에서 기계의 자동화와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인해 우리가 직면하게 될 다양하고 새로운 차원의, 그리고 현실적인 고민들에 대하여 다음의 10개의 챕터로 논의를 풀어간다.

 

 

 

 

  chapter1 알고리즘 윤리학/무인자동차의 등장, 사람이 운전하는 차가 더 위험하다?

  chapter2 언어의 문화사/자동 번역 시대,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

  chapter3 지식의 사회학/지식이 공유되는 사회,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될까

  chapter4 일자리 경제학/제2의 기계 시대, 내 직업은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chapter5 여가의 인문학/노동은 로봇이, 우리에겐 저녁 있는 삶이 열릴까

  chapter6 관계의 심리학/감정을 지닌 휴머노이드, 로봇과의 연애 시대가 온다?

  chapter7 인공지능 과학/인공지능의 특이점, 로봇은 과연 인간을 위협하게 될까

  chapter8 호기심의 인류학/생각하는 기계에 대해 인간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chapter9 망각의 철학/망각 없는 세상,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chapter10 디지털 문법/우리가 로봇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가

 

 

 

 

각각의 챕터들이 모두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었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특히 chapter8 호기심의 인류학이 인상깊었고 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그리고 인간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각각의 챕터들에서 모두 인공지능의 이해를 돕는 자세한 설명이 있어 책 전체를 읽어보아야 여러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특히 얼마전 재미있게 읽었던 '큐리어스'라는 책의 내용과도 관련있어 더욱 관심을 갖고 읽어볼 수 있다. chapter8의 내용중 기억에 남는 부분들만 간략히 발제해 보겠다.

 

 

 

-사람의 질문이 호기심에서 비롯하는 것과 달리 기계의 질문은 알고리즘을 따른다. 우리가 기게에 요구하며 기대하는 것이 알고리즘에 입각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기계의 질문은 사람이 설계한 정보 요구 기능이고 사람의 질문은 본능적 차원의 호기심에 뿌리를 둔다. 영국의 저술가 이언 레슬리는 <큐리어스>에서 호기심을 식욕, 성욕, 주거욕에 이은 네 번째 본능이라고 말한다. 호기심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닌 기본적 속성이고 억누르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본능이다. 유인원과 고양이, 설치류 등도 일종의 호기심을 품은 행동을 보이지만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p.251, 252

 

-디지털 기술은 호기심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류에게 역설적 상황을 가져다줬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세상의 모든 정보에 언제 어디서나 닿을 수 있게 해주었다. 모든 궁금증과 질문에 대해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답변을 즉시 알려주고 관심을 가진 이들과 연결시켜준다. 호기심을 키우고 충족하고 확대해나갈 수 있는 최고의 여건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결과적으로 호기심을 없애는 기능도 수행한다. 질문에서 답변에 이르는 길을 극도로 단축시킴으로써 호기심이 숙성하고 싹틀 여건을 없기 때문이다. …묻기 전에, 궁금해하기도 전에 인터넷이 나의 상태를 파악해서 필요한 것을 찾아 알려주고 최적의 선택까지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전하고 있다. p.263-264, 265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를 밝혀내기 위해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확보한 뒤 실험과 이론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학문과 연구의 전통적인 접근 방법이었다. 반면 빅데이터 기술은 데이터에서 발견되는 높은 상관성을 활용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인터넷의 하이퍼링크와 멀티태스킹 기능은 지적 추구의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모든 질문과 호기심에 대해 즉시 답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하이퍼링크와 멀티태스킹은 호기심을 숙성시킬 수 있는 틈(스콜레)을 없앱렸다.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쉴 새 없이 새로운 정보에 탐닉함에 따라 집중력과 깊은 사고력을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 카의 지적이다. p.268, 269

 

-뉴턴이나 플레밍, 보엔처럼 호기심을 지적발견이나 통찰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적 호기심이 구체적인 의문으로 연결되도록 일종의 마중물 구실을 할 지식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호기심과 관찰 그리고 사유로 이어지는 인간 고유의 정신적 상징체계를 가동시키려면 일정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상적 환경이 된 정보기술 세계에서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지식을 어느 수준까지 외부의 기계적 두뇌에 의존하고 어느 영역을 타고난 생물학적 두뇌에 맡길 것인가 하는 문제다. p.274-275

 

-똑똑한 컴퓨터가 사람 같은 호기심을 가질 수 없는 까닭은 호기심이 인간 고유의 심리 작동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은 지적 결핍이자 인지적 불만족의 한 형태다. 하지만 호기심은 가장 행복한 결핍이자 불만족이다. 호기심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생겨나는 궁금증이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사이에서 설명되지 않는 인지적 빈틈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적 호기심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또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아는 데서 출발한다. …지적 결핍의 상태가 호기심이다. p.277, 278

 

 

 

 

 

이 책에서는 기술과 로봇의 발달이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직장에서의 업무나 어떤 특정 활동이나 상황에 관련된 경우만이 아닌, 인간의 일상 중에서도 가장 일상적인 곳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정에서의 일 조차도 자동화의 영역으로 포함시킴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 로봇의 역할이 얼마나 커질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디지털 세상에서 누구나 지난 시절 제왕이 접근하고 누리던 거대한 자원과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그 도구를 제대로 알고 다루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환경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격차와 좌절감을 키우는 토양이 된다(p.325-326)"고 말하며, 다가올 제4차 혁명, 즉 로봇시대에 대비하여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 지를 생각하고 미리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에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의 문장이 쓰인 광화문글판이 나오는데, 그의 말로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

 

 

 

 

 

*저자 구본권은 우리 시대 디지털 인문학자이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1990년부터 <한겨례>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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